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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가치/사회와 정치

만인이 아닌 상위 1만명에게만 평등한 법

케일럽 2012. 5. 25. 10:33

휴... 한국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다음 기사를 한번 보세요...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 cykim2002@yahoo.co.kr  님께서 작성하신 기사입니다...

판사·검사·변호사까지 농락한 최시중의 입원

지강헌과 최시중


주연: 방통대군

조연: 검사와 판사


1988년 10월 16일. 서울 북가좌동 한 가정집에서 탈주범 4명이 가족을 인질로 삼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었다. TV는 인질과 대치상황을 생중계 하다시피했다. 불과 10시간만의 짧은 자유와 목숨을 바꾼 인질범은 바로 지강헌이었다.

지강헌은 '유전무죄 무전유죄', 돈 있으면 죄가 없고 돈 없으면 죄가 있다는 말을 우리 사회에 유행어로 만들었다. 지강헌이 인질들에게 밝히고 다닌 탈주 원인은 10년에서 20년까지 내려진 과중한 형량이었다. 당시 전두환의 5공화국은 형사 피의자의 체벌형량을 대폭 강화하는 특별법을 만들었다.

이들의 탈주를 유도한 것은 바로 형량의 불평등, 법에 대한 불만이었다. 지강헌은 "돈 없고 권력 없이는 못사는 게 이 사회다. 전경환의 형량이 나보다 적은 것은 말도 안된다", "대한민국의 비리를 밝히겠다. 돈이 있으면 판검사도 살 수 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우리 법이 이렇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돈 있고 빽 있는 자는 죄를 지어 재판을 받아도 특혜를 받고, 돈 없고 빽 없으면 중형을 그대로 받아야 하는 현실. 중형 그 자체보다 이 상대적 불평등이 그들을 분노하게 하는 원천이었던 셈이다. 죽은 지강헌이 최시중 방통대군을 보면 무어라고 말할까.

2012년 5월 23일. 검사도 판사도 몰랐는데, 구속돼 있던 방통대군은 이미 민간 병원 병실에서 수술을 받고 있었다. 구치소장 재량으로 외부 병원 진료를 할 수 있다고 하고 그런 재량권에 따라 입원했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한다.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국민은 ‘유전무죄’ ‘유권무죄’(권력이 있으면 죄가 없다)를 연상시키는 이 황당 사건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보도에 따르면, 23일은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8억 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지난 5월 18일 구속기소된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구속집행정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심문기일이었다. 최 전 위원장은 구속 당시 심장혈관 질환 수술을 예약했고, 지난 21일 구속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재판장 정선재)는 이날 의사를 불러 수술의 긴급성과 필요성을 따져볼 참이었다. 그런데 법정에 서야 할 최 전 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이미 법정이 아닌 병원에 가 있었던 것이다.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최씨는 없는데, 검사와 판사, 변호인이 모였으니 참으로 황당한 노릇이다. 

재판장은 “구치소가 법원 관할기관이 아니다 보니 알려주기 전에는 법원도 모릅니다. 조금 당황스럽네요. 피고인이 받아야 할 수술의 긴급성·필요성에 대해 전문심리위원의 의견을 들어 집행정지를 결정하려고 했는데, 상황이 이렇게 바뀌었어요”라고 전했다.

헛걸음한 판사, 검사, 변호사. 이들은 법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다. 법을 무력화하고 자신들의 밥그릇을 위태롭게 하는 이 사태에 대해 ‘구치소장’ 탓을 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 구치소장도 주어진 권한안에서 일을 처리했다고 하니 무슨 문제가 있을까. 검사 판사만 황당한 것이 아니라 국민도 어리둥절하다.

문제는 이런 황당 사례가 꼭 권력가, 정치인 등에게만 법의 시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일반인은 구치소 안에서 심하게 아파도 외부 진료 한번 받기가 보통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그래서 한국의 법은 만인에게 평등한 것이 아니라 상위 1만명에게만 평등하다는 자조가 나오는 것이다.

최씨는 단순히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방통위원장으로 월권행위를 하며 KBS 정연주 사장을 불법 강제 해임 시켰다. 그 후속으로 낙하산 사장을 공영방송사 사장에 보내 한국의 공영방송사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버렸다.

KBS, MBC 주요 공영방송사는 물론 국가기간 뉴스통신사 마저도 권력의 하부기관으로 전락시키는 주요 인사를 감행하는 배후 주요 인물로 비판받아왔다. 그 때문에 한국언론의 공정성은 크게 후퇴했다. 부끄러운 편파, 불공정 방송제작을 더 이상 할 수 없다며 나선 총파업은 따지고 보면 정치권, 방통대군이 만든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치소장은 아무리 재량권이 있다하더라도 윗선의 지시없이 그렇게 전광석화처럼 수술 받게 할 능력이 있을까. 구속정지신청 과정 자체를 무력화 시킬 정도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법무부 장관이나 청와대 정도가 아닐까. 합리적 의심은 취재의 단서가 된다.

지강헌이 법을 원망하며 목숨을 포기한지 사반세기가 지났지만 ‘유전무죄’의 사회적 불만은 나아지지않고 있다. 구속된 방통대군의 법위에 군림하는 듯한 모습이 지하에 있는 지강헌에게 어떻게 비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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